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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호의 전설 백사전, 상징적인 장소, 관광지

by monologs 2025.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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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저우의 아름다운 호수, 서호(西湖)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림 같은 풍경과 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곳입니다. 그러나 이 호수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바로 고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로맨틱하고도 슬픈 전설, ‘백사전(白蛇傳)’ 때문입니다. 이 전설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 인간과 요괴, 믿음과 금기, 자유와 운명 사이에서 갈등하는 존재들의 서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주인공인 백사와 허선의 사랑은 고난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순애보로, 오늘날까지도 중국에서 사랑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많은 연인들이 서호를 찾는 이유도, 바로 이 전설이 남긴 낭만적인 흔적 때문입니다.

 

중국 항저우 서호 사진
중국 서호

중국 서호의 전설 백사전

‘백사전’은 고대 중국 송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 전설로, 주인공은 백사(白蛇, 바이수)라는 이름의 뱀 요정입니다. 그녀는 수천 년의 수행 끝에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신하게 되고, 인간 세계에 내려와 진정한 사랑을 찾고자 합니다. 어느 날 비 오는 서호의 다리 위에서, 그녀는 젊고 선량한 약사 허선(許仙, 쉬셴)을 만나게 됩니다. 운명처럼 시작된 두 사람의 사랑은 곧 결혼으로 이어지고, 그들은 항저우의 약방을 운영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냅니다. 백사는 신비한 약초와 뛰어난 의술을 이용해 많은 사람들을 치료하며 명성을 얻게 되고, 그 과정에서 그녀와 허선은 점점 더 깊은 인연을 맺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요괴라는 사실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고, 이 사실을 알지 못한 허선은 그녀를 인간으로 믿고 사랑합니다. 백사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평범한 삶을 꿈꾸지만, 결국 이 아름다운 일상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이야기의 비극적 전환점은 법해(法海)라는 승려가 등장하면서부터입니다. 그는 백사의 정체를 간파하고, 요괴와 인간이 함께하는 것은 천륜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허선에게 경고합니다. 허선은 처음에는 믿지 않지만, 법해의 꾀임에 넘어가게 되고, 결국 백사의 진짜 모습—거대한 흰 뱀—을 보게 된 후 충격을 받아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백사는 깊은 슬픔 속에서도 약을 써서 허선을 되살리지만, 결국 둘의 사랑은 종교적 금기와 인간 사회의 도덕적 제약 앞에서 시련을 맞이하게 됩니다.

 

 

상징적인 장소

‘백사전’은 단순히 인간과 요괴의 사랑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그 속에는 당시 사회의 가치관, 종교적 권위, 그리고 여성에 대한 억압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백사는 요괴라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사랑을 실천하며, 헌신과 용기, 희생을 보여줍니다. 반면, 그녀의 사랑을 파괴한 법해 승려는 도덕과 종교의 이름으로 개입하며, 절대적 기준을 강요하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백사의 정체가 밝혀지는 장면은 전설에서 가장 극적인 부분 중 하나로, 허선이 단오절에 백사에게 웅황주(雄黃酒)를 권하며 벌어집니다. 웅황은 독성이 있는 약재로, 요괴가 이를 마시면 원래 모습이 드러나게 됩니다. 이때 허선은 우연히 그녀가 거대한 뱀으로 변한 것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져 혼절합니다. 이 장면은 진실과 믿음 사이의 갈등, 정체성과 수용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허선을 되살리기 위해 백사는 법해가 있는 금산사(金山寺)를 공격하기도 하며, 그 과정에서 강과 산이 갈라지고, 천둥번개가 치는 등 대자연의 격변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는 인간의 사랑을 지키기 위한 요괴의 저항이자, 사회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끝내 그녀는 법해에게 제압당하고, 레이펑탑(雷峰塔)에 갇혀 수백 년 동안 봉인당하게 됩니다. 레이펑탑은 오늘날까지도 항저우 서호의 상징적인 장소로 남아 있으며, 백사의 슬픈 운명을 상징하는 장소로 여겨집니다.

 

 

관광지

이처럼 비극으로 끝나는 ‘백사전’의 이야기는 중국 민간 신화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 중 하나로, 수백 년간 문학, 연극, 영화, 드라마로 재해석되어 왔습니다. 항저우의 서호는 이 이야기를 배경으로 삼아 수많은 문화적 상징을 간직하고 있으며, 오늘날에도 연인들이 사랑을 맹세하는 명소로 많은 방문객을 끌어들입니다. 서호의 풍경 중에서도 ‘단교(斷橋)’는 백사와 허선이 처음 만난 장소로 알려져 있으며, 비가 내린 후 다리의 반쪽만 보인다는 특징에서 ‘단교잔설(断桥残雪)’이라는 절경으로도 유명합니다. 이 다리 위에서 많은 연인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자물쇠를 걸어 서로의 사랑을 약속하곤 합니다. 레이펑탑 역시 복원되어 관광지로 개방되어 있으며, 백사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와 함께 전설을 기리는 다양한 조형물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외에도 백사전의 이야기를 테마로 한 다양한 연극과 인형극이 서호 주변에서 공연되고 있으며, 중국의 대표적인 ‘사랑과 운명’ 테마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특히 발렌타인데이나 중국의 칠석절(중국판 발렌타인데이)에는 수많은 연인들이 이곳을 찾아 사랑의 기원을 올립니다. 백사의 전설은 단순히 과거의 신화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까지도 ‘진실된 사랑’, ‘시련을 이긴 마음’, ‘자기 희생적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이 추구하는 사랑이란 무엇인가, 관계란 무엇인가, 운명에 맞서는 용기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서호는 전설이 스며든 풍경을 따라 걷기만 해도, 그 시공을 초월한 감정이 마음에 파고들게 되는 신비로운 장소입니다. 연인들이 손을 맞잡고 걷는 단교, 백사가 봉인된 레이펑탑, 그리고 둘의 운명을 바꾼 금산사의 이야기까지, 서호는 단순한 경치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사랑의 무대입니다. 당신이 사랑을 시작하려는 연인이라면, 혹은 한때의 상처를 회복하려는 여행자라면, 서호에서 백사와 허선의 전설을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요? 그들은 실패했지만, 그 사랑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누군가는 그 사랑의 흔적을 따라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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