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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라산 설화, 탐라국 신화, 가치

by monologs 2025.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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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한라산 사진
제주도 한라산 모습

 

 

대한민국 제주도의 중심부에 우뚝 솟은 한라산은 해발 1,947m로 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제주 사람들의 삶과 문화, 신앙에 깊게 뿌리내린 존재입니다. 단순한 산 이상의 의미를 지닌 한라산은 신화와 전설이 깃든 ‘영산(靈山)’으로서 오랜 세월 동안 신성한 장소로 여겨져 왔습니다. 특히 정상에 위치한 분화구 호수인 백록담에는 하늘에서 내려온 여신이 머물렀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이 설화는 제주도 고유의 신화 체계와 고대 국가인 탐라국의 건국 이야기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라산에 얽힌 천지 여신 설화를 중심으로, 이 신화가 지닌 상징성과 문화적 의미, 그리고 오늘날 제주인과 등산객들이 느끼는 한라산의 특별함을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제주도 한라산 설화

한라산 정상에 위치한 백록담은 분화구에 생긴 산정호수로, 평소에는 물이 말라 있거나 소량만 고여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 신비로움은 언제나 그대로입니다. 이 백록담에는 오랜 세월 동안 전해 내려온 하나의 설화가 있습니다. 바로 하늘에서 내려온 여신이 백록(하얀 사슴)을 타고 이곳에 내려와 머물렀다는 이야기입니다. 설화에 등장하는 여신은 하늘의 명을 받고 인간 세상을 살피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고 하며, 그녀가 머물렀던 이 호수는 곧 신들이 쉬어 가는 신성한 공간이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여신이 타고 온 백록은 신령한 동물로서, 신화 속에서는 천상과 지상을 오가는 존재를 상징합니다. 이 전설에서 한라산은 단순히 물리적인 산이 아니라, 하늘과 땅이 연결되는 ‘천상계의 관문’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백록담이라는 이름 자체도 이러한 신화를 반영한 것으로, ‘백록이 머물던 연못’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백록은 여신의 탑승 수단일 뿐 아니라, 신의 세계에서 온 메신저 같은 존재로 해석되며, 제주도의 다른 신화들에서도 중요한 역할로 등장합니다. 이 설화는 제주 사람들에게 자연에 대한 깊은 존중과 경외심을 심어주는 이야기로 여겨졌습니다. 백록담을 향한 등반은 단순한 트레킹이 아닌, 신의 흔적을 따라가는 순례의 여정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한라산은 일상에서 벗어나 신의 세계와 조우하는 공간으로, 자연의 품 안에서 인간이 겸손해지고, 존재의 근원을 되새기는 장소였습니다. 이 전설은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전국의 많은 이들이 한라산을 단지 높은 산이 아닌 특별한 의미의 공간으로 여기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탐라국 신화

한라산과 관련된 신화는 천지 여신 설화만이 아닙니다. 제주도의 고대 국가인 ‘탐라국(耽羅國)’의 건국 설화 역시 한라산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삼을인(三乙人) 신화로 알려진 이 전설에서는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 세 신인이 한라산 기슭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집니다. 이들은 서로 협력해 사냥을 하며 살아가던 중, 하늘에서 세 공주가 내려와 이들과 혼인하고, 함께 나라를 세웠다고 합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이 공주들은 하늘의 신의 자녀로, 천지 여신의 또 다른 모습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이 신화에서 하늘의 존재들과 지상의 존재들이 한라산이라는 공간에서 만나 새로운 문명을 시작했다는 상징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한라산이 단순한 자연 경관을 넘어선 ‘기원의 장소’, 즉 제주인들의 정신적 시원지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삼신인과 천상의 공주들이 한라산 자락에서 만남으로써 탐라라는 문명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는, 하늘과 땅, 남성과 여성, 인간과 신이 만나는 신화적 공간으로서의 한라산을 강조하는 서사입니다. 또한 이 설화는 제주의 다양한 민속 신앙과 연결되며, 제주의 가정마다 모시는 ‘삼신할머니’ 신앙과도 닮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삼신할머니는 아이를 점지해주고 가정을 지켜주는 신으로 여겨지며, 제주 여성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러한 신화적 전통은 제주의 무속, 본풀이 신화, 민간신앙을 통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늘 한라산이 있습니다. 결국 한라산은 단순한 지리적 중심지가 아니라, 정신적·신화적 중심지로서 제주인의 세계관과 정체성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온 셈입니다. 천지 여신 설화와 삼신 신화는 이러한 상징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가치

오늘날의 한라산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이자,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그 생태학적 가치도 매우 큽니다. 1,800종이 넘는 식물과 다양한 희귀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이곳은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간직한 천연 보고입니다. 하지만 이 자연이 단지 아름다운 경관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많은 등산객과 여행자들은 한라산을 오르며 고대 신화 속 여신과 삼신의 기운이 깃든 공간을 체험하는 듯한 감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특히 백록담에 도달했을 때 마주하는 광경은 단순히 ‘정상에 올랐다’는 성취감을 넘어서, 마치 신성한 경계에 도달한 듯한 울림을 선사합니다. 구름이 산정을 감싸고 고요한 분화구 호수를 내려다보는 순간, 그곳에 천지 여신이 하얀 사슴을 타고 내려왔다는 이야기가 전설이 아닌 실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많은 방문객들은 자연의 위엄 앞에서 겸손함을 배우고, 신화의 현장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한라산을 기억하게 됩니다. 또한 제주도는 최근 들어 신화 관광과 지역 문화 콘텐츠 개발을 통해, 한라산과 연계된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주 신화 박물관, 신화 테마길, 천지 여신 이야기 콘텐츠 등이 만들어지며, 고대 설화가 오늘날의 문화 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이는 신화가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사람들의 감성과 상상력을 자극하며 살아 있는 이야기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한라산은 자연과 신화, 역사와 현재가 교차하는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천지 여신 설화는 그중에서도 인간과 신의 경계, 하늘과 땅의 연결을 상징하는 이야기로서, 제주도라는 섬의 정체성과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이 신화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한라산을 찾는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새로운 전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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